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카멜레온이 체스판 위를 걸어갈 때 몸통이 흑백 체크무늬로 변하거나 빨간 소방차 위에 올라가면 빨갛게 변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카멜레온이 천적의 눈을 속이고 숨기 위해 주변 환경과 똑같은 색으로 몸을 바꾼다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류가 카멜레온에 대해 알고 있는 착각이라고 합니다. 만약 카멜레온을 새빨간 스포츠카 위에 올려둔다고 해도 카멜레온은 절대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문어나 오징어처럼 피부의 색소 세포를 퍼뜨려 색을 바꾼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역시 틀린 가설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카멜레온은 대체 왜, 그리고 어떤 과학적 원리로 화려하게 몸 색깔을 바꾸는 것일까요? 오늘은 2015년 스위스 연구진에 의해 새롭게 밝혀진 카멜레온의 나노 결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카멜레온-색깔

카멜레온은 숨기 위해 색을 바꾸지 않는다

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는 주된 목적은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위장이 아닙니다. 이들의 평소 색깔인 칙칙한 초록색이나 갈색 자체가 이미 나뭇잎과 나뭇가지 사이에서 완벽한 보호색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색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카멜레온이 화려하게 색을 바꾸는 진짜 이유는 바로 감정 표현과 체온 조절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틀을 완벽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 감정 표현: 수컷이 다른 수컷과 영역 다툼을 하며 화가 났을 때, 혹은 암컷에게 자신의 건강함과 매력을 어필할 때 마치 전광판에 불을 켜듯 몸을 붉고 노랗게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 체온 조절: 파충류인 카멜레온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몸이 쌀쌀할 때는 햇빛을 많이 흡수하기 위해 어두운색으로 변하고, 한낮에 너무 더울 때는 햇빛을 반사하기 위해 밝은색으로 변신합니다.

색소 세포가 퍼진다는 과거의 오해

2015년 이전까지 과학계는 카멜레온이 오징어나 문어처럼 피부 밑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색소 세포를 쫙 펼치거나 쪼그라뜨려서 색을 바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으로는 카멜레온이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불과 몇 초 만에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연구진이 첨단 현미경을 통해 카멜레온의 피부를 관찰했고, 그 결과 색소 세포가 아니라 빛의 반사를 조작하는 나노 결정이라는 새로운 광학적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됩니다.

피부 속 나노 결정과 아코디언 원리

카멜레온의 피부 겉면 아래에는 홍색소포라는 특수한 세포층이 존재합니다. 이 세포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투명 결정들이 격자무늬로 규칙적이고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 결정들이 뿜어내는 마법을 아코디언 악기에 비유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편안한 상태 (초록색)

카멜레온이 나뭇가지 위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피부 속 나노 결정들은 아코디언을 꽉 누른 것처럼 아주 촘촘하게 뭉쳐 있습니다. 
결정들의 간격이 좁을 때는 태양광 중에서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만 튕겨내어 반사합니다. 

여기서 생기는 놀라운 반전: 튕겨 나온 파란색 빛은 카멜레온의 피부 맨 겉껍질에 있는 노란색 색소와 섞이게 됩니다. 미술 시간에 파란색 물감과 노란색 물감을 섞으면 초록색이 되듯, 반사된 파란 빛과 노란 껍질이 합쳐져 우리 눈에는 평온한 상태의 카멜레온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흥분한 상태 (붉은색/노란색) 

반면, 수컷이 화가 나거나 짝짓기를 위해 흥분하면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이때 세포 속에 촘촘하게 모여있던 나노 결정들도 아코디언을 길게 당긴 것처럼 간격이 넓게 벌어지게 됩니다.
결정들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면, 이제는 파장이 긴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빛을 튕겨내어 반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순식간에 온몸이 화려한 불타는 붉은색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색소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간격을 늘렸다 줄였다 하며 빛의 파장을 튕겨내는 거울의 각도를 조절하는 원리입니다.

열을 막아주는 천연 에어컨

제네바 대학교 연구진은 카멜레온의 피부를 관찰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색깔을 바꾸는 나노 결정 세포층 바로 아래에 크기가 좀 더 큰 나노 결정들이 듬성듬성 박힌 두 번째 세포층이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이 두 번째 층은 색깔을 바꾸는 데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신 태양 빛 중에서 뜨거운 열을 내는 근적외선을 반사하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마다가스카르 같은 뜨거운 열대 지방에 사는 카멜레온은 무더운 태양열을 견뎌야 하는데, 피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나노 결정 거울이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튕겨내어 체온이 펄펄 끓는 것을 막아주는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연계 최고의 위장술사 카멜레온의 피부에 광학적 진실을 3가지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1. 카멜레온은 천적을 피하기 위한 위장 목적이 아니라, 기분을 표현하거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몸 색깔을 바꿉니다.
  2. 몸의 색을 바꾸는 원리는 색소 세포를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 나노 결정들의 간격을 늘리고 줄여서 빛의 파장을 다르게 반사하는 광학적 원리입니다.
  3. 결정의 간격이 좁을 땐 파란빛을 반사해 노란 피부와 섞여 초록색이 되고, 흥분하여 결정 간격이 넓어지면 긴 파장의 붉은색 계열을 튕겨내어 화려하게 변합니다.

우리가 카멜레온을 보며 마법 같다고 느꼈던 색채 변화의 이면에는, 나노미터 단위의 결정들을 아코디언처럼 조절하여 빛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엄청난 양자 광학의 세계가 숨어 있었습니다. 자연이 수천만 년에 걸쳐 진화시켜 온 나노 기술을 보면 생명의 신비로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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