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물 없이 사막에서 오래 버티는 이유
낮에는 섭씨 50도를 넘나들고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환경, 게다가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죽음의 땅 사막이 있습니다. 이 가혹한 곳에서 낙타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무거운 짐을 진 채 수십 일을 거뜬히 걸어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릴 적 우리는 동화책이나 만화 영화를 보며 낙타의 등에 솟아오른 커다란 혹 안에는 사막을 건너기 위한 물이 찰랑찰랑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라고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류가 낙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귀여운 착각입니다.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단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낙타는 대체 어떻게 수십 일 동안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낙타의 혹에 숨겨진 비밀과, 사막에 최적화된 생물학적 적응 현상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없다
혹을 갈라보면 물이 나올 것이라는 상상과 달리, 낙타의 혹 속을 채우고 있는 물질의 정체는 지방입니다. 영양분이 풍부할 때 남은 에너지를 등 위로 끌어모아 거대한 지방 덩어리를 쌓아둔 것입니다. 낙타는 사막을 걷다가 굶주리면 이 혹 속의 지방을 분해하여 생존 에너지를 얻습니다. 오랫동안 굶은 낙타의 혹을 보면 안의 지방을 다 써버려서 빈 주머니처럼 쪼그라들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밥을 안 먹고 버티는 것은 지방으로 해결한다 쳐도,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은 대체 어디서 얻는 것일까요?
첫 번째 생존 비결 지방을 물로 바꾸는 대사수
그 해답은 바로 혹 속의 지방이 분해될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 있습니다.
낙타가 숨을 쉬어 산소를 들이마시면, 이 산소가 혹 속의 지방과 결합하여 타들어가며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지방이 타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생성되는데요. 외부에서 직접 마시는 물이 아니라 생물체의 체내 대사 과정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이 물을 과학 용어로 대사수라고 부릅니다.
무려 1kg의 지방이 분해될 때마다 약 1.1kg의 맑은 대사수가 만들어집니다. 낙타의 혹은 무게가 최대 40kg에 달하므로 등 위에 무려 40리터짜리 스스로 물을 만들어내는 천연 정수기를 짊어지고 다니는 셈입니다. 대사수 덕분에 낙타는 외부에서 물을 마시지 않고도 혈액 속에 수분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등에만 지방을 모아둘까?
곰이나 바다표범 같은 동물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지방을 온몸의 피부 밑에 골고루 분포시킵니다. 하지만 50도가 넘는 사막에서 온몸에 지방을 두르는 것은 한여름에 두꺼운 롱패딩을 입는 것과 같은 미련한 행위입니다.
그래서 낙타는 체내의 모든 열이 피부를 통해 밖으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온몸의 지방을 한 곳으로 싹 끌어모았습니다. 즉, 온몸을 덮는 패딩 대신 등에만 무거운 백팩을 메는 방식으로 진화하여, 에너지는 저장하면서도 무더운 사막에서 체온이 오르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입니다.
두 번째 생존 비결 물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신체
대사수로 물을 만들었다면, 이 귀한 물을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지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낙타의 몸은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최첨단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 천연 제습기 역할을 하는 코: 동물이 숨을 내쉴 때는 폐 속의 수분이 입김과 함께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낙타의 콧구멍 안쪽은 구불구불한 넓은 면적으로 되어 있어, 숨을 내쉴 때 공기 중의 수증기를 차갑게 응결시켜 다시 코점막으로 흡수해 버립니다. 나가는 수분마저 꽉 쥐어짜서 재활용하는 천연 제습기입니다.
- 농축 소변과 건조한 대변: 낙타의 신장과 장은 수분 재흡수 능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소변은 시럽처럼 끈적끈적할 정도로 농축해서 배출하고, 대변은 수분이 완벽히 제거되어 불쏘시개로 곧바로 쓸 수 있을 만큼 바싹 마른 덩어리로 배출합니다.
- 체온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변온 능력: 일반 포유류는 더우면 땀을 흘려 수분을 증발시킴으로써 체온을 낮춥니다. 하지만 낙타는 땀으로 나가는 수분마저 아끼기 위해, 섭씨 34도에서 41도까지 자신의 체온을 환경에 맞춰 자유자재로 올려버립니다. 몸이 주변 온도만큼 뜨거워지니 땀을 흘릴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세 번째 생존 비결 터지지 않는 타원형 적혈구
수십 일 만에 오아시스를 발견한 낙타는 3분 만에 무려 100리터~200리터의 물을 단숨에 들이마십니다. 만약 사람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요? 혈액 속으로 수분이 급격히 밀려 들어오면서, 동그란 모양의 적혈구가 수분을 빵빵하게 흡수하다가 삼투압 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풍선처럼 터져 죽고 맙니다.
하지만 낙타의 혈액 속에 있는 적혈구는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럭비공처럼 길쭉한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타원형 적혈구는 초고탄력 물풍선과 같아서 물이 아무리 많이 쏟아져 들어와도 원래 크기의 240%까지 쭉쭉 늘어날 뿐 절대 터지지 않습니다. 덕분에 낙타는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 죽을 걱정 없이 몸이 허락하는 한계까지 물을 가득 채워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극한의 환경인 사막을 지배하는 낙타의 경이로운 생물학적 적응 원리를 요약해드리게요.
- 낙타의 혹은 물주머니가 아니라 지방 덩어리이며, 이 지방이 산소와 반응해 타면서 스스로 물을 만들어내는 대사수 원리로 수분을 보충합니다.
- 땀을 흘리지 않기 위해 체온을 스스로 41도까지 올리고 숨 쉴 때 나가는 수분마저 코에서 재흡수하는 극한의 수분 절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 혈액 속의 적혈구가 둥근 모양이 아닌 타원형으로 생겨서, 오아시스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한 번에 마셔도 적혈구가 터지지 않고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낙타의 혹을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순간에도 낙타의 몸속 화학 공장과 세포들은 사막이라는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만 년에 걸친 위대한 진화의 결과물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자연계의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치밀한 물리 화학적 메커니즘을 알아갈수록 생명의 신비에 고개가 숙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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