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둔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에 먹기 좋게 깎아둔 사과를 밀폐용기에 담아 출근하거나 소풍을 위해 가져 나가보신 적이 있나요? 시간이 지난 뒤 뚜껑을 열어보면 뽀얗고 노란빛을 띠던 사과는 어디로갔는지 보이지 않고 군데군데 멍든 것처럼 칙칙해져버린 갈색의 사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맛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먹기 싫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사과가 공기중에서 상해버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썩는 과정이 아니라 상처를 입은 사과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깎인 사과 표면에는 어떤 과학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깎아둔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산화 효소 작용과 갈변 방지 방법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
과일이나 채소의 껍질을 깎거나 상처를 냈을 때 표면의 색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과학에서는 갈변이라고 부릅니다. 사과뿐만 아니라 바나나, 배, 복숭아, 고구마 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화학반응입니다.
껍질속에서 온전히 싸여 있을때는 멀쩡하던 사과가 왜 칼이 닿아 속살이 공기중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갈변을 일으키는 3가지 원인
사과의 갈변 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 사과 내부와 외부에서 만나는 3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합니다.
- 폴리페놀: 사과 세포 안에 듬뿍 들어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입니다. 원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좋은 성분입니다.
- 폴리페놀 산화 효소: 사과 세포 속에 폴리페놀과 함께 들어있는 단백질 효소입니다. 화학 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 일꾼 역할을 합니다.
- 산소: 공기 중에 있는 기체입니다.
평소 사과가 온전할 때 세포 속의 폴리페놀과 산화 효소는 서로 다른 방에 분리되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튼튼한 사과껍질이 외부의 산소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완벽한 방어막을 갖추고 있습니다.
갈변의 진짜 이유
하지만 우리가 칼로 사과 껍질을 깎거나 이빨로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평화롭던 사과 세포벽은 산산조각이 나며 파괴됩니다.
세포가 터지면서 서로 다른 방에 있던 폴리페놀과 산화 효소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섞이게 되고, 여기에 공기 중의 산소가 밀려 들어와 3가지 요소가 만남을 가지는데요. 이때 산화 효소는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여 폴리페놀을 산화시켜버립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투명한 성분들이 갈색의 멜라닌 색소로 변하게 됩니다.
사람의 상처에 생기는 딱지
그렇다면 사과는 왜 굳이 자신의 색깔을 갈색으로 바꾸는 것일까요? 우리가 넘어졌을 때나 상처를 입어 붉은 피가 굳어 검붉은 딱지가 가라앉는 현상을 떠올려 봅니다.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생겨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는데요. 사과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껍질이 벗겨진 속상은 곰팡이나 박테리아 침투에 취약합니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표면을 코팅하는 식물성 딱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갈변현상은 식물이 외부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메카니즘으로 이해하시면 간편합니다.
갈색으로 변한 사과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갈변된 사과를 먹어도 건강에는 특별한 해가 없습니다. 썩거나 독소가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갈변이 진행되면 영양학적으로는 약간의 손실이 발생합닙다. 산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사과에 들어있던 비타님 C와 항산화 성분들이 일부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표면이 말라 푸석푸석해지고 미세하게 떫은 맛이나 씁쓸한 맛이 날 수 있어 가급적 빠르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과의 갈변을 막는 일상 속 과학적 방지법
소풍이나 도시락을 위해 깎아둔 사과의 갈변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알아본 갈변의 3요소인 산소, 폴리페놀, 산화 효소 중 하나만 차단하면 갈변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설탕물이나 소금물에 담그기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깎은 사과를 옅은 소금물이나 설탕물에 약 1~2분 정도 담궜다가 빼줍니다. 사과 겉면에 소금이나 설탕 코팅막이 얇게 형성되면서 공기 중의 산소가 세포와 접촉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차단시켜줍니다. 농도가 옅으면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레몬즙 뿌리기
레몬즙이나 오렌지 주스를 사과 겉면에 살짝 뿌려주는 것도 과학적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원리가 숨어있는데요.
- 레몬에 풍부한 비타민 C는 사과의 폴리페놀보다 산소와 먼저 결합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 C가 사과 대신 먼저 희생하여 산화되면서 사과의 갈변을 막아줍니다.
- 산화 효소는 중성 상태에서 활발하게 일하는데 레몬의 강한 산성 환경에 노출되면 효소들이 기절하여 활동을 멈추게 됩니다.
밀폐 용기와 랩으로 포장하기
가장 일반적이고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과를 깎자마자 공기가 통하지 않게 랩으로 표면을 빈틈없이 밀착해서 감싸거나 진공 밀폐 용기에 보관하여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과의 갈변 현상 속 화학적 원리를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 사과의 껍질이 깎이거나 상처가 나면 세포 속의 폴리페놀과 산화 효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산화 반응을 일으킵니다.
- 반응의 결과로 갈색의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며, 박테리아 침투를 막기 위한 사과의 자가 치유 시스템이 발동됩니다.
- 갈변을 막으려면 소금물/설탕물에 담그거나 레몬즙을 뿌려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면 됩니다.
우리가 사과가 상했다 라고 지나쳐버린 갈색 반점 위에는 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산소와 벌이는 치열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갈변 방지 방법을 활용하여 앞으로 방금깎은 것처럼 예쁘고 맛있는 사과를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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