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춥거나 무서울 때 소름(닭살)이 돋는 생물학적 이유
공포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면서 팔에 소름이 확 돋았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그 느낌이 왜 생기는지, 추울 때랑 같은 이유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됐다. 알고 보니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오래된 흔적이었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건 교감신경이 작동하기 때문
몸이 위험하다고 느끼면 뇌가 교감신경을 켠다. 이 신경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피부에 있는 작은 근육인 입모근을 수축시킨다. 입모근이 줄어들면서 털 뿌리를 잡아당기고, 그 주변 피부가 좁쌀처럼 솟아오른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현상이 바로 이 반응이다. 예전에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뭔가가 스쳤을 때 팔에 닭살이 확 돋았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그냥 놀랐다고만 생각했는데, 몸이 자동으로 방어 모드에 들어갔던 거다.
입모근이 수축하면서 털이 서는 과정
피부 속 모근 옆에는 입모근이라는 미세한 근육이 붙어 있다. 교감신경 신호가 오면 이 근육이 짧아지면서 털을 수직으로 세운다. 평소에 누워 있던 털이 일어나면서 피부가 당겨져 돌기가 생긴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을 때 팔이나 다리에 오돌토돌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것이다. 추울 때도 같은 근육이 작동한다. 체온이 떨어질 위기를 감지하면 열을 지키기 위해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털이 많은 동물에게는 이 과정이 보온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 공기가 털 사이에 가둬져서 열이 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털이 많았던 조상들의 흔적으로 남은 반응
인간 조상들은 몸에 털이 훨씬 많았다. 그때는 입모근이 수축해서 털을 세우면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이 됐다. 위협을 느낄 때는 털을 세워 몸을 더 크게 보이게 해서 상대를 위협하는 효과도 있었다. 지금은 몸 털이 거의 사라져서 그 효과가 거의 없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건 그 옛날 기능이 남아 있는 흔적 기관 반응이다. 고양이가 화나면 털을 세우는 모습과 같은 원리다. 우리 몸에는 더 이상 쓸모가 거의 없지만 신경과 근육 연결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할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추위와 공포가 같은 경로를 타는 이유
추위나 공포 모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뇌가 판단한다. 그래서 교감신경이 공통으로 작동한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것과 추울 때 닭살이 돋는 게 같은 근육 수축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피부 온도가 일시적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래서 공포 영화를 보면 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고 난 뒤 팔에 소름이 남아 있어서 에어컨 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진 적이 있다. 몸이 비상 상황에 대비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다.
소름이 주는 신호와 우리 몸의 오래된 기억
소름이 돋는다는 건 교감신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무서울 때 소름이 돋는 순간을 자세히 보면 털이 살짝 일어서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에게는 보온이나 위협 효과가 거의 없지만, 우리 몸이 여전히 그 오래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다음번에 갑자기 소름이 돋으면 입모근이 수축하고 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신기한 느낌이 들 것이다. 몸이 기억하는 진화의 흔적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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