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없는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과학적 방법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디카페인 커피를 찾기 시작했을 때, 도대체 카페인을 어떻게 빼내는지 궁금증이 폭발했다. 그냥 물에 담그면 맛까지 다 빠져나갈 것 같은데, 어떻게 향은 남기고 카페인만 골라내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니 생각보다 과학적인 과정이 숨어 있었다.


디카페인-커피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고민

카페인을 빼려면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야 하는데, 그러면 맛과 향을 담당하는 성분까지 함께 녹아 나온다. 디카페인 커피를 제대로 만들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냥 물로만 씻어내면 밋밋한 원두가 되어 버리고, 화학 용매를 쓰면 잔류물 걱정이 생긴다. 예전에 싼 디카페인을 마셨을 때 이상한 뒷맛이 남아서 한동안 손이 안 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꼭 확인하게 됐다.

물만으로 카페인을 골라내는 스위스 워터 방식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는 화학 용매 없이 물과 활성탄만 쓴다. 먼저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 카페인과 향미 성분을 모두 뽑아낸다. 그 물을 활성탄 필터에 통과시키면 카페인만 걸러지고, 향미 성분이 가득한 추출액이 남는다. 이 추출액에 새로운 생두를 넣으면 이미 향미 성분은 포화 상태라서 카페인만 빠져나온다.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이 방식을 쓰면 카페인이 99.9퍼센트까지 제거되면서 원래 맛이 꽤 잘 살아난다. 직접 이 방식으로 만든 원두를 내려 마셨을 때 일반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선택적으로 뽑아내는 방법

이산화탄소를 31도 이상, 높은 압력으로 올리면 액체도 기체도 아닌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카페인만 잘 녹이고 다른 성분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생두를 살짝 불린 뒤 밀폐된 통에 넣고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카페인이 녹아 나온다. 압력을 낮추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날아가고 카페인만 남는다.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방식은 잔류물이 없고 향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다. 실험실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많이 쓰이는 안전한 기술이다.

용매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추출 과정

유기 용매 방식은 생두를 수증기로 찐 다음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 같은 용매에 담근다. 용매가 카페인을 녹여내고, 나중에 다시 증기로 용매를 날려 보낸다. 에틸아세테이트는 사탕수수에서 나온 것을 쓰기도 해서 ‘내추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카페인 커피 중에는 이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 아직 많다. 잔류량이 엄격히 관리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화학 냄새가 살짝 느껴질 때가 있어서 선호 덜 손이 간다.

생두 단계에서 처리하는 이유와 맛 변화

모든 디카페인 커피는 볶기 전 생두 상태에서 카페인을 제거한다. 볶은 뒤에 하면 향이 더 크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처리 과정에서 생두가 물을 흡수해 부피가 커지고 세포벽이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로스팅할 때 열이 더 빨리 들어가서 일반 원두와 다른 프로파일이 필요하다. 디카페인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실 때 추출 시간을 조금 짧게 잡으면 쓴맛이 덜 올라온다. 처음엔 밍밍할 줄 알았는데, 제대로 만든 원두는 저녁에 마셔도 마음이 편하고 맛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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